“뇌를 훈련하려면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해야 효과가 있다.”
이런 조언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실제로 많은 명상법, 심리치료, 뇌 훈련 프로그램에서는 일정한 루틴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해야만 효과가 있을까요? 과학적 근거는 무엇이며, 현실적으로는 어떻게 실천하는 것이 좋을까요?
뇌는 ‘예측 가능성’을 좋아한다
뇌는 변화보다 반복과 예측 가능성에 안정감을 느낍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반복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게 되면, 뇌는 그 상황과 특정한 감정·행동을 연결 짓는 ‘회로’를 형성합니다. 이것이 바로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의 핵심 원리입니다.
예를 들어, 책상 앞에만 앉으면 집중력이 올라간다거나, 운동복만 입어도 마음이 가벼워지는 이유 역시 환경적 조건화 덕분입니다. 즉,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의 반복은 뇌에 특정한 반응을 자동으로 유도하는 ‘습관 회로’를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반드시 그래야 하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매일 꼭 같은 시간’에 해야만 효과가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영국의 심리학자 Stallard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인지행동치료(CBT)는 정해진 시간과 장소보다도 ‘반복성’과 ‘자기 인식’이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CBT에서는 자기 관찰(self-monitoring)과 실험적 시도(behavioral experiments)를 통해 부정적 사고 패턴을 점차 긍정적으로 재구성합니다.
이 과정은 꼭 치료실에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일상 속 다양한 순간, 다양한 장소에서도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날 싫어할 거야”라는 생각을 가진 아이가 친구에게 말을 걸어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인지 회로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시간과 장소’보다도, 실천의 의도와 반복성입니다.
처음엔 고정, 나중엔 유연하게
처음 뇌 훈련을 시작할 땐, 일정한 시간과 장소를 정해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하면 집중력이 올라가고, 실행 장벽이 낮아져 훈련이 습관으로 자리 잡기 쉬워집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일상 속 어디에서나 자유롭게 실천할 수 있는 유연함이 더 중요합니다.
처음에는 매일 저녁 9시에 책상에서 훈련을 시작했다면, 익숙해진 뒤에는 지하철 안, 산책 중, 혹은 점심시간 후 5분처럼 다양한 상황에도 적용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실제로 CBT 치료에서도 사용되는 방식입니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먼저 시작하고, 점차 현실 속 다양한 상황으로 훈련을 확장해 나가는 것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뇌 훈련에 도전하는 많은 사람들이 “하루라도 빼먹으면 망한 거야…”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완벽주의적 사고가 실천을 가로막는 장애가 됩니다. CBT의 핵심은 완벽한 실행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시도입니다. 가끔 빠져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다시 돌아오는 능력, 즉 ‘복귀력’입니다. 습관의 본질은 연속성보다도 ‘되풀이할 수 있는 힘’에 있기 때문입니다.
고정된 습관이 도움은 되지만, 유연한 반복이 오래간다
뇌는 반복을 통해 변화합니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는 뇌 회로 형성을 빠르게 만들 수 있는 하나의 전략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정답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활 패턴 안에서 지속 가능하고 유의미한 실천을 반복하는 것. 딱딱한 틀보다는 부드러운 반복이, 뇌 훈련을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진짜 열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