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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행동치료 우울증 뇌에 주는 변화

by 도씨님 2025. 4. 28.

우울증은 단순한 기분 문제가 아니다

우울증은 단지 우울하고 무기력한 감정만이 아닙니다. 실제로는 뇌의 감정 회로, 신경전달 체계, 그리고 면역계까지 복합적으로 얽힌 생물학적 질환입니다. 특히 만성화된 우울감은 뇌의 구조적인 연결성과 기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신경학적 변화는 심리치료인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이하 CBT)로도 회복이 가능할까요?

CBT란 무엇이며, 어떻게 작용하는가

CBT는 사람의 자동적인 부정적 사고를 포착해 재구성하고, 그것을 통해 감정과 행동을 개선하는 비약물 치료 기법입니다. 예를 들어 "나는 무능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 생각은 어떤 근거에서 비롯됐을까?”, “정말 항상 그랬을까?”와 같은 방식으로 질문을 던지고, 사고를 재조정합니다.

 

예를 들어, 한 엄마가 아이에게 화를 낸 후 “나는 엄마 자격이 없어”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이때 떠오른 자동 사고는 ‘나는 자격이 없는 엄마다’입니다. 이 생각은 죄책감과 우울감을 유발합니다. 하지만 CBT에서는 이 사고를 다음과 같이 논리적으로 다시 구성해보게 합니다:

 

단계                                질문                                                           예시

1. 자동 사고 인식 내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지? “나는 엄마로서 자격이 없다.”
2. 근거 확인 그게 사실일까? 어떤 근거가 있어? “하지만 오늘 아이랑 책도 읽고, 밥도 챙겨줬어.”
3. 반박 논리 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는 이유는? “모든 엄마가 실수할 수 있고, 나도 감정이 있다.”
4. 대안 사고 더 균형 잡힌 생각은 뭘까? “감정 조절이 어렵긴 했지만,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감정이 덜 격해지고  죄책감보다 자기이해와 회복의 여지가 생기며  ‘나는 항상 부족해’라는 뇌의 회로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2단계 ‘근거 확인’에서 막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내용에 대해서 다음 편에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뇌 회로에 미치는 구체적 영향

논문에서는 CBT가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과 편도체(amygdala)에 유의미한 변화를 주는 것으로 보고합니다. 전전두엽은 감정 조절과 판단 기능을 담당하는 뇌 부위로, CBT 시행 후 이 부위의 기능적 연결성과 대사 활성도가 상승합니다. 특히 ACC(전측 대상회)는 감정적 갈등을 통합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부분 역시 치료 후 기능 향상이 나타납니다.


반면, 위협·슬픔·자책감에 관여하는 편도체는 우울 상태에서 과활성화되어 감정을 증폭시키는데, CBT를 받은 후에는 이 반응성이 감소하면서 감정 기복과 과잉 반추가 줄어듭니다.

fMRI 연구로 확인된 결과

CBT 전후의 뇌를 촬영한 연구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변화가 확인됩니다:

  • 편도체 과활동 감소
  • 전전두엽-편도체 간 연결 강화
  • 기본모드네트워크(DMN) 균형 회복

DMN은 자기 중심적 사고와 관련된 뇌 회로로, 우울 시 과활성화되어 ‘나는 안 돼’, ‘또 실패할 거야’ 같은 반복 사고를 유발합니다. CBT는 이 회로를 차분히 조정해줍니다.

CBT는 몸에도 영향을 미친다

놀랍게도 CBT는 염증 유전자 발현과 장내 미생물 균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논문에서는 CBT 이후 TLR-4, NF-κB 등 염증 관련 유전자의 활성이 감소하고, 장내 미생물군도 안정되는 경향을 보였다고 보고합니다. 이로써 장-뇌 축(Gut-Brain Axis) 불균형으로 나타나는 우울 증상 역시 완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된 것입니다.

 

약물과 병행하면 효과는 더 커진다

CBT는 단독 치료로도 효과가 있으나, 항우울제와 병행했을 때 더 빠르고 깊은 회복을 도와줍니다. 약물은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잡아주는 데 효과적이고, CBT는 왜곡된 사고와 감정 습관을 수정해 재발 방지에 탁월한 역할을 합니다.

실생활에서 적용 가능한 CBT 기법

  • 자동 사고 기록지: 그날 떠오른 부정적인 생각을 쓰고, 근거·반박·대안을 적어보기
  • 행동 활성화: 무기력함을 깨기 위해 산책, 청소, 물 마시기 같은 작은 행동 실천
  • 감정 거리두기: 감정에 빠져드는 대신, 관찰자로서 감정을 바라보는 연습

이러한 연습은 반복될수록 뇌는 새로운 회로를 형성합니다. 우울증은 ‘느낌’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반복과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마무리하며

저는 출산 이후 자책감과 무력감, 반복되는 불면으로 고통받으며 “내가 이상한 걸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하지만 이 논문을 읽으며 알게 된 사실은, 이런 감정들이 내 뇌가 보내는 구조적 신호였고, 충분히 회복될 수 있는 대상이라는 점이었습니다.


CBT는 나를 비난하기보다 나의 반응을 이해하는 기술이며, 감정과 뇌를 천천히 다시 설계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회복의 첫 걸음으로 꼭 소개하고 싶은 치료입니다.


📖 참고 논문
Li, Z. et al. (2021). Major Depressive Disorder: Advances in Neuroscience Research and Translational Applications. Neuroscience Bulletin, 37(6), 863–880.